<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결말,스포)
마을에 어른이 단 한 명도 없던 날, 공교롭게도 네 명의 여자아이들이 행방불명된다.
나이도, 학교도 제각각이며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던 네 아이의 실종사건은 미제로 남게되는데
ㅅㅍㅈㅇ
1. 사라진 네 명의 여자애들은 공교롭게도 같은 날 사라진 것 뿐이지 공통점은 없었다. 두 명은 가출, 한 명은 사고, 한 명은 병원 입원을 실종으로 덮은 것.
2. 창희라는 남자애에 대한 묘사가 중학교 2학년에 대한 묘사치고는 지나치게 자주, 피부가 하얗고 잘생기고 미소년이라고 표현되는 이유가 굳이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있었다. 아예 대놓고 별명을 꽃돌이라고 붙여서 부르기도 하고 어딜가나 여자애들의 시선이 끊이질 않는다는 표현들. 종갓집에서 양자를 들일 때 일부러 얼굴을 봤을리는 없고 역시나 어쩌나보니 생기는 우연은 없었다.
3.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주마등은 다 읽고 난 후 다시 읽어보면 소름이 끼친다 안 좋은 쪽으로. 너무나도 행복했던 좋은 시간으로 표현되지만 실제로는. 다만 그 표현이 다 나오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4. 타임캡슐에 대한 의문이 조금 남는데, 이건 이 모든 일이 15년 전이며 서로의 얼굴이나 행동에 대한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다. 서로 어울려 놀았지만 기억을 못할 수 있다는 점, 재실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었기 때문에 유순희가 만든 조각품을 손에 넣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을 거라는 점 등을 종합하면 뚱딴지처럼 들어있었을 물건들이 이해가 된다. 애초에 타임캡슐은 맥거핀에 불과했던 걸지도. 강두순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창희와의 연결고리를 이어주는데에서 역할은 끝났다.
5. 결말이 개운하다고 해야 할 지 찜찜하다고 해야 할 지 영 모르겠다. 다만 창희가 친아버지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친어머니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고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범인은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됐다는 점도. 그 점 하나는 명확했다고 본다. 방식이 어떻든 간에.
6. 유선희에 대한 설명은 진부하면서도 신선했다. 유선희를 기억하는 많은 소년들의 기억이 단순히 만인의 연인에서 그친 게 아니라는 점은 새로웠다. 생각보다 지루한 애, 그냥 예쁜 애, 너무 예뻐서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애 등. 결국 다양한 기억 속에서 유선희는 예쁜 외모를 지녔지만 그래도 평범한 여자애에 불과했다는 것. 하지만 예쁘고 아름답고 소녀 중의 소녀같은 캐릭터들이 이런 스릴러 장르에서 겪게되는 결말들은 너무도 뻔하다. 이 작품도 비슷했다. 그건 정말 예상 가능한 범위내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설정은 성인 남성 한 명과 소녀 한 명이 등장하는 순간 너무나도 빤해진다 소녀가 수십명이어도 상관없다. 그 중 가장 예쁜 애 한 명이면 된다. 로리콤과 그리고 그의 주변에 나타난 아주 예쁜 여자애.
7. 모두가 방심하고 의심하지 않는 인물을 찾는 각고의 노력끝에 작가가 탄생시킨 직업은 꽤나 참신했다. 택시기사, 노숙자 등 이 장르에서 이 역할을 직업만 바뀔 뿐 여전히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얼마나 눈에 띄지 않으면 작품 내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물론 독자들의 시선을 돌리려는 트릭이 좀 있긴 했다) 그를 범주내에 넣을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을 수가. 작품 내내 이름으로만 등장했던 강두순의 아빠도 용의자 선상이 넣었으면서!
8. 황부영은 강하게 부정했지만 마을에 미련이 강하게 남은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차를 타고 와 그 자리에서 토를 했을리가 없다. 너무나 끊어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고 그래서 그 애가 거기 들어가지 않았다면 나도 완전히 뜰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게 그녀가 차마 말하지 못한 말이지 않을까.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이야기 해야겠기에 비밀을 털어놨을지도.
9. 돌이켜생각해보니 각 집마다 실종된 딸들을 기리는 방식이 너무나도 달랐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를 알 수 없는 경우는 반쯤 정신을 놓거나 완전히 미쳐버렸고, 확실하게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동시에 숨겨야 할 비밀이 있던 경우는 딸의 흔적을 전부 정리하고 조용히 제사를 지내왔으며, 살아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해야했던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담벼락과 대문을 높게 쌓아 굳건한 성을 만들고 그 안에 비밀을 묻어야했다. 유미숙의 엄마가 황부영의 엄마를 안타까워했다는 것, 굳이 실종된 딸의 제사를 지내온 종갓집 등 작가는 소설 내내 비밀들을 흩뿌려놓고 미처 찾아내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굳이 찝어서 알려주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