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원서, 어떤 버전을 사야 하는가에 대한 고찰
해포 원서를 살 것임
원서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드커버(Hardcover) 랑 페이퍼백(Paperback)
무거운 거 가벼운 거, 전시용 휴대용, 비싼 거 싼 거 정도로 구분하면 된다.
하드커버(Hardcover)
이렇게 생겼다. 책꽂이에 한 7년 꽂아둔 것 같은 전시 사진으로는 감이 안 잡힐 수 있는데 생각보다 무겁고 생각보다 두껍다. 종이질은 페이퍼백보다 좋지만 어차피 꺼내서 읽을 일이 거의 없다. 죽성 사두고 nn년째 안 읽고 있다. 그때는 번역본이 안 나왔을때라 원서부터 샀는데 내 영어실력이 느는 게 번역본 나오는것보다 오조오억배는 느릴 거라는 걸 그때는 몰랐었다.
페이퍼백(Paperback)
하드커버보단 가볍다. 어차피 둘 다 안 읽게 될 거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그래도 휴대용으로 들고다니기엔 이게 낫다. 가장 두껍다는 죽성도 웬만한 한국소설보다 가벼우니 무게는 걱정할 필요 없다. 다만 두께가... 하드커버랑 맞먹는다. 1권(마돌)이나 2권(비밀의방) 정도는 들고다닐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3권부터는 포기하자.
그리고 중요한 거 한 가지 더.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판된 해리포터는 전부 미국판 표지였다.
이게 우리가 알고있는 일반적인 표지다. 미국판이다.
국내 번역본도 이 표지로 출간되었다.
하지만 오리지널(영국판, UK)은 이 표지다. 너무 작은 걸 가져온 게 아니라 너무 오래돼서 구글링해도 나오는 게 이 정도 사이즈밖에 없다. 그리고 크게 보면 미적인 부분을 침해당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참으로 오래된 디자인이다... 내용을 직관적으로 담고 있긴 한 거 같은데 미국판이 더 예뻐보이는 건 단순히 시기상의 문제가 아닌 거 같다. 사실 따지고보면 둘이 표지 만든 시기도 별로 차이 나지도 않음;
이건 이번에 새롭게 개정된 미국판이다. 표지 자체로는 감이 안 올 수 있는데 박스에 넣어두면 저렇게 성 모양으로 완성돼서 간지템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근데 가격이 영국판의 두 배다.
그럼 영국판을 보자.
음, 솔직히 구판표지생각하면그렇게 구린 건 아닌데 내 돈 주고 사려니 미국판 표지랑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이번 한국판 개정 번역본은 이 표지로 출간된 거 같은데 한 번 한국어로 다시 읽으려고 해봤다가 손가락이 오징어되는 바람에 아마 그 개정판은 다시 마주할 일 없을 것 같다.
어쨌든 이건 알라딘 기준 4만원에 판다. 박스에 꽂아둬도 미국판처럼 별로 특별한 거 없다. 근데 미국판은 9만원이나 한다.
이쯤해서 생각날만 하다. 어차피 둘 다 영어인데 왜 가격 차이가 나는거지?
혼자 밥 먹다가 결론을 내려봤다.
1. 영국판(오리지널)에서 미국판으로 넘어오면서 단어랑 문장이 몇 개 바뀐 게 있다.
솔직히 나도 뭐가 바꼈는지 모른다. 한국은 미국식 영어를 배우기 때문에 미국판을 보면 좀 더 수월하다고 하는데 영국판 오디오북으로 들으면서 미국판 읽어도 별 무리가 없다. 중간에 몇 개 다르긴 한데 어차피 뜻은 거의 비슷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영국영어나 미국영어나 둘 다 못한다. 고로 뭘로 읽던 내면에서 느껴지는 차이점 같은 건 없다. 어 단어가 다르네? 정도근데 어차피 둘 다 모르는단어
미국판은 큰 따옴표(" ")로 표시되고 영국판은 작은 따옴표(' ')로 표시된다는데 이 또한 읽다보면 적응되리... 어차피 원작의 맛을 느껴보는 게 중요해서 사는거니 영국판 사는 게 낫다 싶긴 하다.
2. 미국판이 판권을 사면서 붙은 저작권료같은건가
국내에서는 미국판이 더 손쉽게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판이 더 싸다. 일단 2020년 4월 기준으로 현재 알라딘에는 영국판 개정본이 들어와있다. 낱개로 일일이 뒤지는 것보다 박스째로 싸는 게 더 저렴하다. 다 읽을거라는 보장하에.
미국영어로 고치는 과정에서 들어간 수고료와 영국판을 사오면서 든 저작권료가 붙은 탓이 아닐까 짐작해보는데 출판업계는 잘 모르는지라...
그냥 미국판이 특별한정판이라서 비쌈
왠지 이거 정말... 내 돈주고 사보려니 돈 아깝지만 그래도 사두면 잘 볼 것 같고... 그런데 한 번 보면 미국판 표지가 아른거리고 ㅠ 돌아서면 하우스에디션이 생각나고!
코로나 때문에 들여온 원서 다 팔고 나면 원서 가격이 미친듯이 치솟을 것 같아서 지금 빨리 쟁여놔야한다 흑흑 하지만 급한 마음과 달리 올라가지 않는 영어 실력... 그리핀도르 에디션은 사고 싶었지만 난 빨간색을 싫어해서 킾해뒀다.. 최애가 둘ㄷ ㅏ 그리핀도르인데 그리핀도르의 색깔이 너무 싫어...
+ 참고로 마돌은 6장 9와 4분의 3 정류장부터 존잼이 된다. 그 전까지는 두들리네 집에서 사는 해리가 나오는데 제임스의 오진 말빨 + 릴리의 당찬 성격이 뒤섞여서 그렇게 당하고 살았으면서도 말빨 하나는 잃지 않는 오지는어린 해리가 나오긴 하는데 너무 당하고만 살아서 재미가 없다... 제릴 살아있었더라면 이라는 가정글을 하도 많이 봤더니 우리 해리가 어디서 이렇게 취급당하고 살 애가 아닌데 흙흑 싶어서 눈물이 다 난다. 6장 가면 갑자기 위즐리 말포이 헤르미온느가 각자 차례대로 쏟아져나오기 땜에 대화가 늘어나면서 재밌다.
++ 보다가 느낀건데 1편은 원서나 영화나 너무 완벽함. 2편은 아직 안 봐서 모름. 원서는 글로서 해낼 수 있는 모든 판타지적 요소를 다 갖췄고 영화는 원서가 표현해내지 못한 극적인 부분을 너무 잘 살림 ㅠ 뒤로 갈수록 영화는 노잼망테크를 타는 느낌이었지만 삼총사 싱크 + 초창기 시즌들이 다져놓은 게 멱살끌고 캐리했다고 생각함. 사실 4편까지도 봐줄만한데 5편부터는 음오아예..ㅋ.
cf. 해리포터 원서에는 성인버전(adult) 이 따로 있는데 영국에서만 나오는 듯 하다.
2008년에 나온 버전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생각난다.
성인들도 길거리에서 해리포터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 는 차원에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정말 취지를 잘 반영한 개정판이 아닐 수 없다. 2018년 버전이다. 길거리에서 해리포터 문제집을 푸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마니아들이라면 당연 1을 선호할 거 같지만 해리포터 출판사 브룸즈버리인지 뭔지는 모두의 취향을 고려해 위와 같은 표지를 탄생시켰다. 나도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다. 어차피 읽을 생각이 없기 때문에 취향을 따져보지도 않았다.
어? 표지가 무난한데? 성인 버전 사면 되잖아?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영어 존잘이 아니라면 빠르게 포기하길 바란다. 이유는 두 가지다. 1. 어린이버전의 2/3 정도로 얇게 만들었다. 즉 눈이 아플 정도로 빼곡하다. 영어 존잘이 아니라면 고전문학에서 느끼는 기시감을 느낄 수 있다. 2. 국내에선 못 구한다. 직구를 해야 하는데 마찬가지로 영어 존잘이 아니라면 그냥 포기하자. 아마존에서 사면 어찌저찌 직구로 구할 수 있겠지만 코로나가 터진 지금은 배송이 언제 올지 모른다. 메일로 아마존에 따져댈 자신 없으면 그냥 깔끔하게 이미 국내에 들여놓은 거 싼값에 사는 게 좋다.
해포 지금 나온 개정판이라는 것도 2014년 쯤에 나왔던데 아마 한 4년 뒤에는 새 개정판이 나오지 않을까? 두근거려본다. 4년 안에 이번에 산 걸 너덜너덜 해질때까지 읽고 버린다음에 새 개정판을 사는 두근거리는 꿈을 꾸며..
요약
영국판 : 롤링이 쓴 진짜 원본. 하지만 미국 영어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인들한테는 다소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나는 작가가 쓴 원본을 보고 싶다 하면 이걸 ㅊㅊ 오디오북도 구글링하면 나옴
미국판 : 한국에서 배울 수 있는 영어에 맞춰져 있어서 좋음. 읽기는 편한데 작가가 직접 쓴 원본은 아니라는 거. 영국판에서 단어 몇개만 바뀐 수준이긴한데 종종 구문이나 구절 통째로 바뀐 경우도 있음. 어차피 한쿡인은 미국영어가 익숙해서 이게 더 편할거임
그리고 어느쪽이든 원서 입문용으로는 해리포터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게 생각보다 어려움 길기도 하고 두껍기도 하고. 해포 번역책 다 읽어봤고 내용도 어느정도 알고 영화도 다봤다하면 오디오북 끼고 읽는 거 괜찮은데 난 해포 뭣도 모르고 영어 원서도 처음 읽는다! 판타지니까 재밌겠지!하고 펼쳤다가는 없던 정도 털릴 수 있다 글거 원서 읽을 때 단어 찾는 거 정말 추천하지 않음... 딱 펼쳤을 때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10개가 넘어간다하면 그냥 그 책은 덮어야..ㅠㅠ 어차피 초반에 뭐 신체 관련 단어라든가 lean in, lean forward, pull away 같은 행동 위주 단어들은 다 찾아봐야하긴 하는데 그런 거 제외하고서라도 모르는 단어가 문장마다 나온다면 그냥 그 책이 내 수준에 안 맞는갑다 해야됨